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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청국장.
  글쓴이 : 배형석     날짜 : 14-06-08 15:25     조회 : 1313    
저는 현재 서울에 사는 30대 초반 남자 입니다.

어릴적 대전에 살던 저는 일산역 맞은편 후곡마을에 사시던 이모네에 외가 가족들이 모이면 이름 모를 고깃집에 가고는 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끙끙 소리까지 내며 안심을 구워먹었었고 가족들은 제가 고기를 좋아한다고 나중에 정육점집 딸과 결혼해야 한다는 농담도 던지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후에 나오는 식사의 청국장 맛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잊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어릴적 저는 된장, 김치찌게, 청국장 이런것들 정말 싫어했는데 유독, 그 고깃집의 청국장은 너무 맛이 좋아서 잘 먹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함께 그 고깃집에서 식사했던 해가 2002년 말이나 2003년 초로 기억합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첫 월급에서 외할아버지께 처음으로 용돈을 드렸었는데 그 고짓집에서 그 10만원을 꺼내셔서 가족들에게 보이시며 행복해 하셨습니다. 가족들 아무도 기억 못할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참 뿌듯하고 따듯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후로는 그 고깃집에 가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후에 유학을 떠났고, 몇 년후에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한해 두해 시간이 지나며 모두가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저는 가끔씩 일산역을 찾아와 그 고깃집을 찾곤 했었는데 동네가 개발되고 그 주변도 달라져서 그 고깃집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는 서른살이 되었고 이제는 결혼해서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어버렸습니다. 항상 저녁 메뉴가 걱정인 와이프에게 가끔씩 청국장을 사다가 끓여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고는 했습니다. 물론 소고기도 사서 넣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그리워하는 그 맛이 나올까해서요.

어제 2014년 6월 7일 주말에,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이모댁에 방문했습니다. 동생이 곧 결혼을 하는데 예비 신부를 소개 시켜드릴겸 찾아갔습니다. 늦은 점심에 다함께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모께서 청국장 정식 먹을까? 라고 말씀을 던지셨고 저는 설마 그 일산역 옆에 고깃집 청국장이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사촌 여동생이 우리 어릴적에 가던 그 집이 지금 이전해서 풍동이란곳에 더 크게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총 8명의 가족들은 한 차에 몸을 싣고 덕이동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는 8명 모두 청국장 정식을 시켰습니다. 곧 처음보는 화로가 세팅이 되고 밑반찬들과 밥이 식탁을 뒤덮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청국장이 화로 위에 올랐는데 전 제일먼저 숟가락을 담궈 고기 한 점과 함께 청국장 맛을 보았습니다. 어릴적 고깃집에서의 기억이 비디오처럼 스쳐가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그 맛이었습니다. 너무도 정말 오랜만에 행복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었습니다. 까다로운 저희 가족의 요구에도 정성껏 서빙해주신 직원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말 맛있게 식사하고 후식으로 나온 매실차까지 마시고 나가면서 남은 청국장을 포장해왔습니다. 문을 나오며 카운터에 계시던 분께 이 긴 스토리를 나누고 싶었지만 바빠 보이셔서 그냥 나왔습니다. 하지만 청국장 정식 12,000원 하나로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한 마음으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끝까지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저의 행복한 추억을 조금이나마 공유하기를 바랍니다.

혹시나 양수면옥에 가볼까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주저마시고 풍동으로 향하셔도 좋을거라 제가 장담하고 싶습니다. 가셔서 맛있는 음식 맛있게 드시고 저처럼 평생 가져갈 좋은 추억들 맛과 함께 담아 오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